극적이었던 입주권 매도와 후보 아파트 매수
지난 글에 이어 입주권 아파트 매도와 바로 매수를 진행하였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운영진이 교체된 이후에도 비리 의혹, 조합원 단체 간 갈등, 일반 분양자와의 갈등 등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던 입주권이었습니다. 당초대로라면 23년 즈음 입주 후 25년 매도 계획이었지만, 이주 문제와 조합 임원진 교체로 착공이 2년여 가량 미뤄지면서 저희 가족의 인생 주기와 맞지 않은 상황으로 고민이 깊었습니다. 특히 23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직장과도 먼 해당 지역에서 2년여를 거주할 수 있을지 역시 불투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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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승계조합원이다 보니 매도를 하는 것 역시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관리처분인가 후 매수한 승계조합원은 2년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도 비과세 요건에 해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23년에 매도할 당시에도 꽤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시세 차익이 있었기에 세금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서 한편으로는 감사한 일이지만, 만약 아파트에 투자했더라면 비과세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정신적으로도 피곤하고, 세금 면에서도 효율적이지는 않았던 투자였습니다. 다만, 저희가 이 입주권을 구매했던 20년 당시에는 이미 원래 염두하던 아파트들은 너무 올라 살 수 없었고, 차선책으로 남아 있던 곳들과 비교할 때 차익의 크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결과적으로는 꼭 베스 트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풀어가면서 오답노트를 많이 작성할 수 있어 나름 배운 점이 많았던 투자 같습니다.
매수 후보군 검토
아이가 커 나가고, 직장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아직도 내홍이 가시지 않고 있는 입주권 사업에 계속 발을 담그고 있기보다는 빠르게 실거주 아파트를 마련하자는 쪽으로 부부의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두 번의 투자성 물건(용산의 노후주택, 서울의 재개발 입주권)에서 이미 충분히 배운 만큼 이번에는 기축 아파트를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서초구의 A아파트와 강남구의 B아파트를 고려하였습니다. 두 아파트 다 각 구에서는 엔트리 급의 저렴한 아파트들이었고, 학군이나 인프라 등은 준수하였습니다. 각 지역에서 여러 부동산을 다니며 빈 집을 보기도 하고 거주하는 집을 보기도 했습니다. 어느 때에는 매매 고객으로, 어느 때에는 전세 고객으로 가기도 하였고, 주변의 다른 아파트들도 함께 임장 하며 동네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습니다.
두 아파트 모두 엔트리 급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강남 2구에 소재한 곳들이라 30대인 저희가 보기에는 충분히 훌륭했습니다. 서초구 A아파트는 주변의 쟁쟁한 아파트들에 비해서는 비유명 브랜드에 재건축 사업성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초구의 학군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경부대로 지화화 이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리모델링 사업성은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는 점 등에 끌렸습니다. 강남구 B아파트는 학군으로 구 내에서도 인정받는 지역이라는 점, 산을 바로 앞에 두고 있어 자연친화적이라는 점, 유해환경이 없는 지역이라는 점 등, 수서역 개발과 맞물려 재건축 기대감이 퍼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좋아 보였습니다.
두 아파트를 놓고 저울질 하다가 최종적으로는 B아파트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가 나중에 커서 학원을 다니게 될 때 아무래도 서초 지역보다 강남 지역이 편리하고, 현재도 자연 친화적인 곳에 살고 있는데 그 장점을 알기 때문에 너무 도시 한복판에 있는 곳은 정서적으로 부담이 될까 염려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가능성이 열려있는 아파트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B아파트를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입주권이 매도되고 나면 바로 B아파트의 매물을 타진해 보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가와 매물의 가격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웠던 매도
한편, 입주권의 매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분양권에 비하여 초기에 들어가는 자금이 많은 데다가, 2023년에는 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하여 실거주 가치가 없는 투자성 물건인 입주권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보유한 입주권의 소재지역은 서울에서도 개발이 한창 진행되는 지역으로, 아직 인프라가 안정되지 못해 그 지역의 신축 아파트들도 빠르게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하여 가격을 싸게 내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해당 지역의 열 곳이 넘는 부동산에 매물을 등록하였고, 그중 의욕을 보이는 부동산에는 종종 찾아가 소식을 물으며 친분을 쌓아가는 노력도 하였습니다. 군데군데 전화가 오기도 하였는데, 큰 폭의 네고를 요구해서 거절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어떤 부동산 사장님께서 매수하시겠다는 손님이 있다며 전화를 주셔서, 거래를 진행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분 역시 지속적으로 네고를 요청하였습니다. 입주권의 경우 권리가액 + 프리미엄을 거래 가격으로, 권리가액 + 프리미엄 + 잔금을 최종 가격으로 나누어 두 번 가격을 선정하게 되는데, 저희 재개발 사업은 최근 비례율이 변경되어서 권리가액이 증가하였던 사례였습니다. 비례율이 변경된 권리가액을 인정해 주느냐, 마느냐에 대하여 실랑이가 있기도 했고, 몇백만 원의 자투리를 다시 네고해달라고 하여 기분이 상해 다른 물건을 찾아보시라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가 이미 내놓았던 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는 싼, 일반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었기에 그 이상의 네고는 사실 어렵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매수인 측에서 계속적으로 가격 협상을 하고자 하자 거래할 의지가 많이 없어졌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끊은 그날 밤 냉정히 생각해보았고 이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수 주 안에 매수를 하겠다고 나타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저희는 이 재개발 사업의 갈등에서 벗어나 실거주 아파트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다시 양보를 할 테니 거래를 진행해 보자는 연락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난한 협상의 결과였습니다. 매수인은 많은 것을 본인이 쟁취하였다고 느끼고 저희의 궁박함을 이용하여 거래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일정 부분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 역시 매도로 인해서 다른 시작을 하여야 했기 때문에 매수인이 나름 귀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일에는 매수인이 너무 바빠서 얼굴을 잘 보지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도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가계약금 - 계약금 - 중도금 일정 짜기
입주권 협상을 이어오며 강남 B아파트의 부동산에도 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곧 가계약금을 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은 물건이 있는지요. 2살 난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강남까지 달려가 물건을 보여달라고 할 정도로 저는 절박했고 적극적이었습니다. 강남에는 당장 살 의지가 없어도 호기심이나 공부 목적으로 물건을 보여달라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다른 모습을 보여야 일이 빠르게 진척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B아파트와 인근 아파트들을 보아도 매물이 몇개 없었습니다. 2023년 여름 당시는 서울 대부분의 시장이 매수자 우위였는데 강남은 아직 고고해서 가격이 많이 다운되지는 않았었습니다. 보던 물건 중 가장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는 물건이 있었는데 임대인 상황이 조금 복잡하여 거래가 잘 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출 상담사에게 연락하여 대출 가부를 확인하였습니다. 두 명의 대출 상담사에게 동시에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10억이 넘어가는 큰 계약에서 혹시 대출이 안 나온다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긴장되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입주권 매도 가계약금을 받고 바로 그 날 B아파트 물건의 가계약금을 전송했습니다. 본 계약 역시 한날한시에 진행했습니다. 물건을 팔고 조망하기에는 스스로에게 그만한 여유는 없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겨울까지 기다렸어도 괜찮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기다릴 수 있는 그릇이 되었느냐 하면 그때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입주권 매도 계약과 아파트 매수 계약을 거의 한날 동시에 치르면서, 주도 면밀한 계획의 중요성이라든지 대출의 중요성, 자금의 융통이나 부동산과의 관계 등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에서 개인마다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인생은 오직 뒤를 돌아보아야만 이해된다"라는 말을 했는데, 현재 내린 결정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아마 몇 개월, 몇 년이 더 지난 뒤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어떤 결정이든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스스로 고민을 충분히 했다면, 그 결정을 그 이후에 정답으로 만들어 나가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열심히 고민하고 나름대로 성취를 했다고 자평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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