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 가족의 강남 입성기를 마칩니다. 짧다면 짧은 글이었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역사나 다름없는 일들이어서 기록하는 일이 보람 있었습니다. 4번째 글에서도 밝혔지만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아무리 좋게 봐도 똑똑한 선택들은 아니었습니다. 뼈아픈 실수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패의 힘을 믿습니다. 그동안의 길들이 누가 봐도 완벽한 정답이었던 것보다, 비틀비틀 넘어지고 다치면서 다시 서는 법을 배웠기에 더 가치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구에 등기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아직 입주는 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유아를 키우기에는 더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되어 앞으로도 몇 년 정도는 더 머무르다가, 학령기 즈음에 진입을 고려해 볼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나, 아니면 늦어도 고학년 전에는 전학을 시도하겠지요. 전학이 많은 지역이니, 크게 적응에 무리가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도 합니다.
서울이기는 하나 아직 정비가 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어찌 되었든 강남구의 엔트리 지역에 진입하니 나름 소감이 있습니다. 첫째는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실거주하기에 당분간은 욕심이 없는 지역과 평수를 확보해놓았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 덕분인지, 시장의 등락에도 큰 일희 일비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매수 이후 겨울이 시작되면서 시장에도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세가는 조금 오르고 매가는 주춤합니다. 그러나 그런 점보다는 실거주 한 채를 확보했다는 기쁨이 더 큽니다.
두 번째는 시장을 조망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강남 후보군의 아파트 가격을 주시하면서 내가 가진 자산과 갭이 좁혀질지, 아니면 멀어질지 조마조마했었습니다. 양극화가 시장의 추세라고들 하기에 더욱 조급했었습니다. 산 허리에서 정상을 보는 것과,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느낌이 다른 것처럼, 내가 목표한 지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은 한결 여유롭고 편안해서 오히려 더 세세하게 시장의 상황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관심 지역도 더 넓어지고, 그다음 투자에 대해서도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내 선택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입니다. 5년간 실수에 실수를 거듭했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과실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입는 옷도 매년 그대로에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번 못 가며, 신혼부부이지만 절제하며 살며 우울하고 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목표와 생각이 강했던 나머지 그런 것들로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같습니다. 현재는 저희 직장 동년배 중에서는 꽤 많은 자산을 일구었다는 성취감도 생기고, 부모님들께서도 인정해 주시니 스스로 더욱 잘 되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선순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며 신혼을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가진 것이 조금은 있었지만, 그마저도 그릇이 되지 않았기에 허무하게 실수를 반복했었습니다. 그러나 잘못 끼어진 단추를 바로잡기 위해 몇 년간 부단히 노력했고, 가까스로 다시 목표를 이루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실수를 거듭하고 있거나,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하는 분이 계시다면 우선 목표를 뚜렷이 하고 한 발 한 발 다시 떼어보시라고 응원드리고 싶습니다. 지나고 보니 실수든 실패든 그 과정 자체가 도약을 위한 밑거름인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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