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강남 아파트 구매한 이야기 - (1) 어느 신혼부부의 실패담
안녕하세요.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2023년은 저희 가족에게 나름 중요한 성과가 있는 해였습니다. 지난 8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성북구의 재개발 입주권을 매도하고, 새로이 강남구에 기축 아파트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의 소재지나, 커가는 아이의 학군을 고려했을 때 이동이 필요했으나 '타이밍'이나 '자산 간의 가격 차이' 두 가지 면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서 과연 할 수 있을지, 하더라도 언제 할 수 있을지 아득했었는데, 기대보다도 훨씬 빨리 이뤄지게 된 것 같아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저희 가족은 2018년 결혼하여 2021년 출생한 1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3인 가족입니다. 부부 모두 30대 중반입니다. 강남구의 아파트는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저희 같은 평범한 가정에게는 일생의 큰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목표를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성취하게 된 기념으로, 그동안의 부동산 투자 기록을 작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재미있게 읽힌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2018년 결혼과 동시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저희 이야기는 먼저 진한 실패담으로 시작합니다. 저희 부부는 2018년 결혼했습니다. 각자 사회생활 경력이 몇 년이 채 안되는 젊은 나이였습니다.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아내인 저의 회사에 마침 사택이 있었습니다. 사택은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었고, 남편의 직장은 종로였지만 단돈 몇천만 원에 사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말에 남편 역시 사택을 선택하였습니다. 그것이 저희가 저지른 단 하나의 실수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굳이 사택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부모님께서 2014년 즈음 소액으로 투자하여 주신 성북구에 59 타입 아파트 입주권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세로 약 5억 원가량 하였는데, 내야 할 분담금을 제외하더라도 2억 5천 가량이 되었습니다. 이 자산과 함께 남편의 부모님께서 흔쾌히 지원하여 주신 2억 원의 현금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서울 소재에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강남 3구가 아닌 한) 수월하게 우리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 저희가 구매하게 된 곳의 59 타입 아파트라도 대출을 많이 낀다면 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때는 아파트 값이 폭등을 시작하던 2019년으로, 이때 무엇이든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아파트를 샀다면 n억을 앉은자리에서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희가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부동산에 너무나 무지했습니다.
자산시장에 무지했습니다. 경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금리가 부동산이나 자산시장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파트의 수요와 공급이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결혼 전까지 부모님 집에서 편하게 공짜로 거주하던 두 남녀가 부동산에 그리 절실할 리가 없었습니다. 2018년 집을 알아보면서 방배동의 아르떼 아파트, 서울역 센트럴 자이, 이촌의 한가람 아파트를 부모님들과 함께 둘러보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아파트 값은 16년, 17년보다 1~2억 정도 올라 있었습니다. 이촌 한가람의 59 타입이 8억 정도였는데, 부동산 중개사들도 요새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꼭 지금 사야 하는 게 아니면 기다려보는 게 어떻냐고 하였습니다. 오른 가격에 겁이 났고, 부동산 중개사들의 말을 신뢰해 버렸습니다.
입지나, 스스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습니다. 방배동 아르떼 아파트를 보면서도 이게 뭐가 좋은 건지도 몰랐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스스로도 참 웃깁니다. 그러면서 보기는 왜 봤는지... 또한 남편은 마포, 신촌 등의 입주권이나 신축 아파트를 고집했습니다. 본인의 직장(종로)과도 가깝고, 종로 태생으로 처음부터 서울 한복판(CBD)에 대한 호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송파구에서 나고 자랐고 직장은 경기도 남부에 있는 아내는 이런 남편의 선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과천과, 강남 일원동을 고집했습니다. 종로에서 태어났고, 일산에 살고 있던 남편에게는 낯선 선택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그래도 아내의 말을 듣는 게 좋았을 겁니다..^^
결혼으로 인한 세금 혜택(양도소득세 등)에 대해서도 무지했습니다. 자산만 놓고 보면 제일 베스트는 제가 가진 입주권을 계속 보유하고, 남편 명의로도 입주권을 보유한 뒤 혼인신고를 이후에 하여 양도소득세 절세 혜택을 받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는 아파트를 한 명은 갭으로 구입하고, 나머지 한 명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입주한 뒤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도 방법이었겠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런 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공기업)에 들어갔던 준수한 스펙을 갖춘 둘이었습니다만, 그래서 더더욱 그런 투자에는 무지몽매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의 무지함과 어리석음이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둘째, 무지한 와중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의 사택규정은 '이미 지어진 아파트'가 아닌 한 무주택자로 간주해 입주할 수 있었고, 제가 보유하고 있던 입주권이 이주를 개시해 주택이 멸실된, 마침 그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규정을 확인하고, 그런 일시적인 기회의 상태를 활용해 투자를 하여보자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남편과 들떴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식한데 열정은 많고 그 와중에 얼마간의 자산은 있어 자신만만한, 최악의 케이스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웃기는 건 그 당시 부동산 강의도 몇 번 들으러 다닐 정도로 저는 나름 공부할 의지가 있었다는 겁니다. 2018년~2019년 사택에 살며 강의를 들으러 다녔는데, 강연자들은 2019년~2021년 폭등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예측도 하시고 가이드를 주었던 훌륭한 분들이셨습니다. 적극적인 저는 강연이 끝나고 제 상황에 대한 조언도 개인적으로 구했는데, 그때 그들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세 명의 강연자 모두 그 돈이면 지금 좋은 입지에 아파트를 그냥 사라는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앳된 나이의 부부가 그 자산으로 경기도의 사택에 살면서 투자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도 아슬아슬해 보였던 거겠죠.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전혀 귀에 닿지를 않았습니다. 듣기는 했는데, '그래야겠다'라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내가 조금 더 나은 답지를 찾을 거라는 오만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사람들에겐 다 때라는 게 있고, 실패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서는 겸손을 배우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20대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스스로 실패하고 깨져보지 않으면 제 이야기가 잘 안 들릴 것 같거든요. 마치 5년 전의 저처럼요.
생각보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지네요. 오늘은 이 정도만 글을 쓰고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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